필사

김화진 | 동경 (문학동네)

체에림 2025. 6. 1. 22:57




누군가에게서 잊힌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니, 너무 바보 같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에 마음이 놓였다.












가끔 약에도 체해. 그럴 때 있잖아. 선의에도 걸려 넘어지잖아. 그런 걸 우리가 어떻게 다 알겠어. 우린 겨우 서른 언저리잖아.












그건 내게 너무 익숙한 것이어서 그애가 좋았다. 나랑 닮았는데, 내가 기어코 가리려던 그 점을 가리는 법을 모르는 게. 그대로 드러내는 게 좋았다.












우직하게 오래가고 싶어.
그렇게 얘기했을 때 아름은 그렇게 될 수 있어. 라고 해주지 않았다.
해든은 민첩하고 계속될 거야.
그렇게 말해주었다.












맞지 않는 면이 있을 뿐 그들은 좋은 사람이었고 나는 그들을 좋아했으므로.











내 인생은 언제나 그렇듯 모순덩어리 같다.












아름, 재능은 그런 한 단어가 아니고 그 속에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포함된 단어인데, 네가 만난 사람들과 네가 다한 열심도 거기 들어가.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인가에 실패했다 해도 재능이 없는 게 아니야. 네가 바라는 성공에 필요한 재능이 없는 거지. 다른 여러 재능은 있을 거야. 그래서 재능은 항상 사후적일 거야. 되고 나야 그런저런 재능이 있었군, 하고 평가할 수 있거든.











나는 저 사람을 미워해봐야 오래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을.












그리고 나는 평생에 걸쳐,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몇 명이나 오해하며 살아갈까.










낙천적인 소망을 품어야 한다는 것, 벗들의 사랑을 확신하고 나를 비난하는 자들에게도 생각을 감추지 말며,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벗들이 억측하지 않도록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.
*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, 같은 책, 20쪽












"어른이 된다는 것은 불완전함과 불확실함, 배제되는 느낌을 견디는 일을 의미한다."
*모야 사너, 어른 이후의 어른, 서제인 옮김, 엘리, 2023, 25쪽












그야 좋아하는 마음. 너에게 없는 것이 내게 있고, 내게 없는 것이 너에게 있길 바라는 마음. 혹은 기꺼이 그렇게 착각하고자 하는 마음.